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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켑틱스/기타 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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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님 글, 유사과학 유감(類似科學有感)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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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kopsa
날짜 : 08-02-16 11:05
조회 : 6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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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 교수님이 신문에 게재하셨던 “유사과학 유감(類似科學有感)”을 게시합니다. 대신 게시하는 과정에서 글쓴이가 KOPSA로 표기되었습니다. 유사과학으로 예시된 토션필드, 양자공명장치, 눈가리고 읽기 중에서 양자공명장치에 관해서는 김교수님의 다른 글 “양자 빙자(量子憑藉)”를 게시하며 끝에 이곳에서 다룬 내용을 소개하였습니다. 이번 글 중의 소위 노벨상 10개라고 한 제로존 이론에 관해서는 끝에 언급하겠습니다. 이상 강박사가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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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완님 글, 유사과학 유감(類似科學有感)
타임머신, 백투더퓨처, 스타트렉 등 공상과학영화와 소설은 아이나 어른 모두에게 꿈과 희망과 재미를 준다. 그 속에 나오는 과학적인 소재는 그냥 상상의 산물이라고 봐야지 진짜 과학과 혼동해서는 안 된다. 이런 문화예술작품은 일단 만든 이의 손을 떠나면 그에 대한 판단은 평론가만이 아니라 작품을 즐기는 모든 이들의 몫이다.
수학이나 논리학은 그 자체의 무모순성이 심판관이지만, 괴델의 불완전성 정리에 의하면 심판관이 판단을 내릴 수 없는 상황도 있다고 한다. 그에 비해 자연과학의 진리성 여부에 대한 최종 판단기준은 자연의 몫이다. 아무리 사람이 무엇이 옳다고 우겨도 실험이 최종 심판관이다. 기술은 알려진 과학지식을 바탕으로 유용한 것을 만들어내고, 과학은 유용성을 초월하여 자연 그 자체에 대한 탐구가 목적이다. 기술과 과학이 서로 상승작용을 일으키며 발전하므로 기술과 과학의 방법론과 목적이 상당히 겹치게 되었지만, 순수과학은 나름대로 엄밀한 방법론을 발전시켰다.
과학적 주장은 동료과학자들이 재현해 볼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하고, 이에 대한 검증은 완전히 열린 방식으로 진행된다. 아인슈타인과 같이 위대한 물리학자의 논문도 게재 거부될 수 있고, 게재되더라도 새내기 물리학자에게 비판을 받을 수 있다. 논문의 전문학술지 게재는 검증의 끝이 아니라 더 너른 공간에서 검증을 받기 위한 것이다. 과학적 주장에 대한 책임은 오로지 주장하는 사람들이 져야 한다. 논문이 게재되었다고 그 사람의 손을 완전히 떠난 것이 아니다. 과학적 주장은 엄밀한 담금질을 오랜 세월 동안 받은 후 법칙이나 원리, 이론이라는 영예를 받게 되지만, 그 이후에도 계속해서 검증을 받게 된다. 이렇게 마련된 과학체계는 인간 인식의 한계를 넓혀주고 새로운 기술 출현의 바탕이 된다.
몇 년 전 노벨상을 10개라도 받을 수 있는 업적이라며, 자연 상수들을 실험보다 더 정확히 계산해낼 수 있는 수식을 찾아내었다는 주장이 있었는데, 요즘 다시 떠돌기 시작한 모양이다. 이 주장을 펴는 분이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은 적은 없으나, 그렇다고 해서 새로운 연구결과를 내어놓을 수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런 주장이 유효하기 위해서는 그 분야 전문가들의 검증을 받으면 된다. 과학적 검증을 거부하는 주장은 이미 과학이라고 볼 수 없고 사이비과학 또는 유사과학이라고 부른다.
전문학술지에 자신의 주장을 논문형태로 제출하고 심사를 받는 과정에서 우수한 연구결과가 게재 거부되는 경우도 있고, 심사과정이 길어져서 연구의 독창성이나 소유권이 훼손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1990년대에 로스알라모스 국립연구소에서 물리학자들을 중심으로 게재전논문(preprint)을 노나 볼 수 있는 장치를 마련했다(http://lanl.arxiv.org). 이곳은 심사과정이 없이 자신의 연구를 다른 연구자들과 공유하는 곳이다.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연구업적부터 말도 안 되는 주장까지 이 프리프린트서버에 실려 있다. 엠바고가 적용되는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을 제외하고는 유수한 학술지들에 발표되는 논문들이 이곳을 먼저 거쳐 간다.
아인슈타인의 중력방정식을 확장하여 토션필드의 존재를 이론적으로 입증하고, 이것으로 빛보다 빠르고 거리가 멀어져도 감쇠하지 않는 통신을 하거나 물질을 변화시킬 수 있고, 자동차 급발진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러시아 물리학자들이 우리나라를 방문하여 투자를 받은 적이 있다. 환자의 오줌이나 머리카락으로부터 나오는 양자적 진동으로 병을 검진한다는 양자공명장치가 환자들을 현혹하고 있다. 수련을 받으면 카드나 글을 눈이 아니라 손으로 읽을 수 있다는 광고를 보고 수련캠프에 참가한 아이들은 심리적인 집단압력으로 거짓말을 강요받는다.
이러한 유사과학의 주장들은 단순한 재미를 목적으로 하는 공상과학영화나 소설과 달리 사회에 큰 해악이 된다. 제대로 된 과학이 존중되면 이런 유사과학에 의한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사회풍토를 이룰 수 있다. 이를 위해서는 언론과 교육이 깨어있어야 하고, 과학자들의 용기와 성의가 필요하다. 한국물리학회에서 펼치고 있는 대언론 지원 활동이 좋은 결실을 맺도록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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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박사가 적습니다. 과학은 오류 가운데 발전합니다. 김교수님의 말대로 연구결과의 공개와 비판이 필수적입니다. 또한 이 비판은 학문적 방식으로 절제된 가운데 이뤄집니다. 작년(2007년) 여름 제로존 이론 논란에서 표준연구원에서 이 이론에 관여한 방건웅 박사를 연구진실성 위원회에 회부했다는 글을 보고 이것은 아니라고 생각했습니다. 연구진실성(research integrity)은 날조(fabrication), 변조(falsification), 표절(plagiarism) 등의 연구 부정행위(research misconduct)에 관한 것인데, 부정행위에 대한 근거가 없이 연구진실성위원회에 회부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1990년대 하반기 방박사는 눈가리고 글을 읽는다는 소녀에 관한 질문에 몇 장의 관찰 소견을 팩스로 보내줄 정도로 철저히 과학적이었습니다. 2003년 제임스 랜디가 한국을 방문하였을 때 방 박사가 속한 정신과학학회에서는 함께 실험 프로토콜을 만들어 뇌호흡의 HSP를 실험해 보자는 KOPSA의 제의에 동의할 정도로 지극히 과학적이라는 점을 말하려고 합니다. 다만 100년 전 서양의 심령연구학회의 과학자와 마찬가지로 이들은 대상이 실험자를 속일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점이 문제로 보입니다. 이것은 과학적 검증과 토의의 대상이지 부정행위로 치부할 것은 아닙니다. 이만 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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