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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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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생기론, 기(氣)의 실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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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kopsa
날짜 : 00-03-05 17:59
조회 : 8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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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생기론, 기(氣)의 실체
라이프니츠(1646-1716)의 생기론적 단자론의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온 것일까?
직접적인 연관성은 반 헬몬트(Johannes Baptista van Helmont, 1579-1644) 등
의료화학자(iatrochemist)가 널리 믿었던 아르케우스(archaeus. 원력 原力)에서
찾을 수 있다. 그리고 아르케우스 아이디어는 연금술사이며 의료화학의 창시자
파라켈수스(Paracelsus, 1493-1541)에게서 나왔다.
1. 연금술사 파라켈수스의 아르케우스
파라켈수스는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물, 불, 흙, 공기) 대신에 수은, 황, 염
의 3주요요소(tria prima)의 중요성을 강조하였다. 그는 원소의 성질로 유추하여
수은은 물체의 증발성 성질, 황은 불같은 활동성, 그리고 염은 고형성과 색깔과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물론 인체는 이 3주요요소로 구성돼 있다. 그래서 감정과
욕망과 같은 영혼(soul)은 황에서, 상상과 높은 지적능력 그리고 도덕적 판단과
같은 정기(spirit)는 수은에서, 그리고 육체(body)는 염에서 유래하였다고 보았다.
파라켈수스는 인간은 이런 3 주요요소가 다양한 비율로 조합되어 구성되었으
며 질병은 이들 요소의 비율이 비정상적으로 변한 것이며, 화학적인 방법으로
정상을 되찾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여기까지 파라켈수스의 인체는 오늘
날 과학과 유사한 화학공장이다.
그러나 당시에 인체 내에서 일어나는 화학적 변환과 에너지 생성을 알았을 리
가 없다. 그는 인체의 화학적 실체 배후에 작동하는, 인체 운영의 조화와 교란을
지배하는 인자를 도입하려고 하였는데 이것이 아르케우스이다. 그는 인체과정은
아르케우스에 의해 지배되며 질병을 단순한 물질적 균형의 교란이 아니라 아르
케우스와 관련된 것으로 보았다. 따라서 파라셀수스가 약으로 부른 아르카나
(arcana)는 아르케우스에게 명령하여 정상적 생리작용을 회복시킨다.
생명을 구성하는 물질적 화학적 실체를 지배하는 생기력, 즉 아르케우스를 상
정한 이러한 파라켈수스 의료화학 전통을 이어받은 벨기에의 반 헬몬트가 또한
아르케우스 개념을 적용하였으며 반 헬몬트에서 아이디어를 취한 라이프니츠에
의해 단자론이 나온 것이다. 이러한 생기력 개념의 강조는 하비(William
Harvey, 1578-1657) 등에 의한 인체기능의 기계론적 해석 그리고 뉴턴
(1642-1727)에 의한 우주의 기계론적 해석에 대한 반동이 깊게 숨어 있다고 보
아야 할 것이다.
2. 파라켈수스와 슈탈
연금술사 베허(Johann Joachim Becher, 1635-82)는 1669년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에서 물과 흙의 두 가지만을 남기고는 고형성인 흙을 불활성(fusible), 휘
발성(fluid), 그리고 타는(fatty) 고형성분의 세 가지로 나누었다. 타는 고형성분은
모든 연소성 물질에 들어 있으며 이것은 연소과정에서 빠져나간다. 따라서 베허
는 물질의 연소란 타는 고형성분의 손실과정이라고 이론화하였으며 금속을 가열
하면 불의 작용에 의해 타는 고형성분이 손실되어 산화금속이 남는다고 하였다.
베허를 스승으로 삼고 그의 업적을 널리 알린 사람이 플로지스톤설의 창시자
인 슈탈(Georg Ernst Stahl, 1660-1734)이다. 슈탈은 베허의 타는 고형성분을 '플
로지스톤(phlogistone)'이라고 이름 붙여 예를 들어 황을 태워 황산이 형성되는
것을 보고, 황은 황산과 플로지스톤으로 된 것이기 때문에 연소에 의해 플로지
스톤이 날아가 버렸으므로 황산에 플로지스톤을 보충해 주면 다시 황으로 된다
고 하였다. 또한 금속에서 플로지스톤이 날아가 산화금속이 형성되며 활성탄에
의해 산화금속은 금속으로 환원되므로 활성탄에는 플로지스톤이 풍부하리라고
보았다. 비록 오류가 있었으나 그는 실험으로 이를 증명하여 보여주었다.
플로지스톤설은 18세기 과학자 사이에 믿어졌던 것이다. 캐번디시(Henry
Cavendish, 1731-1810)나 프리스틀리(Joseph Priestley, 1733-1804)도 이를 믿었
다. 라부아지에(Antoine Laurent Lavoisier, 1743-94)도 연소가 산소와의 결합이
라고 하는 '연소설'을 내어 화학을 혁명하기 전 까지는 플로지스톤을 믿었다.
플로지스톤설이 당시의 증거와 대체로 일치하였으며 또한 당시의 정성적 물질철
학에도 잘 들어맞았기 때문이다. 당시는 물질변환에서 무게와 같은 정량적인 개
념이 보편화되지 못했다.
파라켈수스와 그보다 거의 200년 뒤의 인물인 슈탈은 서로 유사성이 있다.
모두가 화학적인 연구를 하였으며 파라켈수스가 의사인 것처럼 슈탈도 의사이
다. 그러나 의사-화학자의 복합적 배경은 두 인물에 다른 영향을 미쳤다. 16세
기 인물 파라켈수스는 연금술적 방법에 의해 분리한 순수한 물질을 약으로 사용
하여야 한다고 주장하였으며 개개 순수한 물질이 효과를 나타내는 여러 질병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하였다. 순수한 물질의 약 사용, 여러 질병 개념은 현대 의학
의 바탕이 된 것으로, 파라켈수스가 선구자라고 볼 수 있다.
18세기 인물 슈탈은 예나에서 당대의 의료화학자 베델(Georg Wolfgang
Wedel, 1645-1721)밑에서 수학한 배경 때문에 플로지스톤설을 내었다. 이 설은
연금술에서 라부아지에의 화학혁명으로 넘어가는 징검다리역할을 하였다. 그러
나 슈탈의 의학은 의료화학적 배경 때문에 파라켈수스의 생기론적 전통을 받아
들여 오히려 부정적이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다.
우선 슈탈을 이해하는 측면에서 서술하면, 슈탈도 인체를 기계나 하나의 실
험실로 볼 수는 없다는 견해를 가졌다. 하비가 인간이나 동물이나 심장근의 펌
프작용에 의해 혈액은 순환되며 정맥혈과 동맥혈은 한 가지라고 증명한 다음에
동맥혈이 정맥혈로 바뀌는 통로가 말피기(Marcello Malpighi, 1628-94)에 의해
밝혀졌으나 슈탈의 시대에는 예를 들어 섭취한 영양분이 어떻게 생명을 유지시
키는지, 검붉은 정맥혈이 새빨간 동맥혈로 바뀌는 조화, 감각 전달 기능 등 아직
알지 못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화학자인 슈탈은 인체를 화학과정으로 보려고
하였으나 그것만으로 총체적 인체운영을 이해하기에는 미스터리가 너무도 많았
던 것이다.
그러나 슈탈이 의료화학의 생기론적 견해를 채택한 것은 분명히 부정적이다.
하비, 말피기 등 의학의 역사에 남은 학자들의 예를 보아도 그는 이들보다 좀
더 앞으로 나갔어야 했기 때문이다. 여하튼 슈탈은 플로지스턴설의 창시자 답게
연구에 의해 질병과 건강 상태를 포함한 생명체에 특징적인 현상은 물리적, 화
학적 법칙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을 알고는 이들의 배후에 생기론적 영혼
(soul, anima)의 지배를 이론화하려고 하였다. 이에 관한 내용은 1708년 '진정한
의학론(Theoria Medica Vera)'으로 발표되었다.
3. 프네우마와 기(氣)
슈탈의 이론은 추상적이지만 근본적으로 아리스토텔레스의 영혼(psyche, soul)
이나 갈렌(Galen)의 프네우마(pneuma)와 동일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들은 이미
하비에 의해 타파된 것이었다. 그러나 생기론을 설정하기 위한 목적상 생기론은
어느 경우나 유사하다. 다만 슈탈은 좀 더 소급하여 그리스의 생기론적 개념을
채택하였을 뿐이다.
신과학의 생기론을 이해하기 위해 이들 개념을 살피고 넘어가자. 아리스토텔
레스는 '영혼에 관하여 (On the Soul)'에서 아래와 같이 식물성 영혼, 동물성 영
혼을 설명하였으며 또한 인간에게는 이성적(rational)영혼이 있는데 이것은 지적
(intellect) 영혼을 의미한다고 하였다. 해석할 수 없는 현상을 영혼으로 카테고리
화 하였음을 알 수 있다.
"생명이라는 용어는 다양한 의미로 쓰인다. 이들 중 단지 한가지 의미로 나타
내라고 한다면 우리는 살아 있는(alive) 것이라고 말한다. 그래서 (생명에는) 지
력, 감각, 이곳 저곳으로 움직이는 운동, 영양과 관계된 활동, 그리고 쇠퇴와 생
장의 과정이 있다. 식물은 자체 내 생장과 쇠퇴를 지배하는 기능을 가지므로 생
명이다. 그들은 영양분을 흡수할 수 있는 동안 생장하고 산다. 이 요소(식물성
영혼, vegetative soul)의 덕분으로 동물이나 식물 할 것 없이 모든 살아 있는 것
은 산다. 그러나 동물을 주로 구성하는 것은 감각이며 이것은 우리가 정당하게
동물성 영혼(animal soul)을 말하도록 한다. 감각을 갖고 있다면 움직일 능력이
없을 경우에도 그것은 동물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뒤를 이은 갈렌은 영혼을 프네우마(정기, spirit)로 바꾸어
붙여 소화, 배설, 생식 등의 식물성 기능을 지배하는 자연정기(natural spirit),
지각을 지배하는 동물정기(animal spirit) 그리고 운동을 지배하는 생명정기(vital
spirit)를 설정하였다. 그는 이들 개개 프네우마를 혈액과 관련지어 "간장의 정맥
혈에 '자연정기'가 공급되어 심장으로 가며, 좌심실의 피는 허파에서 들어온 공
기의 '생명정기'를 공급받아 새빨간 동맥혈이 되어 전신에 분포되며, 동맥혈의
일부는 뇌에 도달하여 그곳에서 생명정기는 '동물정기'로 바뀌어 신경을 통해 전
신에 감성을 제공한다"라고 하였다.
생기론은 철학적, 사변적 체계화에서 서로 다른 모습을 띠고 있으나 근본에서
다를 바 없다. 그런 면에서 그리스인의 생기의 동양 사촌이 중국인의 '기(氣)' 그
리고 힌두인의 프라나(prana)와 같은 것이 아닐까 쉽게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실제로 그렇다고 오래 전부터 말해 왔는데 얼마 전 가노우 요시미츠가 지은 '중
국의학과 철학'에서도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견하였다.
"고대인의 생명관에서 풍과 기(공기.기식)가 동일시 된 것은 중국에 국한되지
않고 고대사상사의 하나의 특징이라고 생각된다....인도의 프나라설과 그리스의
프네우마설 그리고 중국의 기의 학설사이에 커다란 유사성이 있음이 분명하다.
그것은 철학과 연관될 뿐만 아니라 의학과도 연관되는 개념이었다. 애당초 세계
와 인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했을 때 모든 존재자를 존재시키는 원질(아르
케)이 양의 동서를 불문하고 도출되었음을 철학사가 가르쳐 주는 바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과학자가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을 말할 뿐만 아니라 '기(氣)'
를 강조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이들의 주제는 생기론이기 때문이다. 사실상
우리 나라에서는 '기'에 집착하고 있다. '과학사상'(제27호)의 '신과학을 어떻게
볼 것인가' 좌담회에서 한신대 김상일 철학교수는 다음과 같이 신과학을 해설
하였다.
"또한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 몸과 마음을 분리해서 보는 것이 과거 서양
의 고질적인 가치관이었고 그것이 과학적, 합리적 사고라고 생각해 왔는데, 신과
학에서는 그것들이 분리될 수 없는 연속적인 것으로 봅니다. 이러한 세계관은
과거의 세계관과는 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인간과 자연, 물질과 정신,
몸과 마음이 연속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동양사상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습니
다. 그 점에서 신과학과 동양사상은 만날 수 있다고 봅니다."
이 인용문에는 '기(氣)'가 없지만 김상일 교수는 다른 부분에서 "동양에서는 물
질과 정신을 나누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이 발달하지 못했다고 말씀하시는데, 바
로 그것이 동양에서의 과학하는 태도이고 '기'의 과학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라
고 하여 연속성과 통하는 '기과학'이 신과학과 동일한 의미라는 것을 분명히 해
주었다.
자연과 인간, 물질과 정신, 몸과 마음을 분리하지 않고 생각토록 하는 것이
'기'이다. '기'가 자연, 인간, 물질, 육체, 정신 어느 곳에건 스며들어 연속성을 유
지하기 때문이다. '기'는 "형체는 없어도 기능은 있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인체
가 '기'와 육체(혈도 이에 속함)로 형성되었다면 이 육체가 살아서 활동하고 정
신활동을 하는 것은 '기'의 작용으로 본다는 의미이다. 이것은 '기'가 다름 아닌
생기력 개념이기 때문에 그렇다. 그리고 생기력은 서양에 없었던 것이 아니라
과학에 의해 타파된 것이었다.
4. 참고
1) 이 내용은 '신과학 바로알기'에서 요약한 것입니다. 따로 참고 문헌을 열거하
지 않습니다. '기(氣)'가 무엇인지 이해하기 바랍니다. 고대인의 생기력 개념입
니다. 과학에 의해 타파된 것입니다. 그런데 신과학자는 '전일론' 운운하며 '기'
를 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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