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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철학
   
  신과학인가, 미신인가
  글쓴이 : kopsa     날짜 : 99-10-21 10:19     조회 : 6273    
'신과학인가, 미신인가'

  주위의 한글사전에서 미신을 찾아보니 '이치에 어긋난 것을 망령되게 믿는 것
'이라고 적혀 있다. 그러나 부산대 한문학과 김성진 교수는 한자로 미신(迷信)을
풀이하여 "진실을 찾지 못하고 헤매다"라는 의미라고 해석하며 "제한적인 과학
지식으로 설명할 수 없다고 해서 무조건 미신은 아니다"라고 추가 설명하였다.
이것은 '알려진 사실이나 합리적 사고에 부합되지 않는 믿음, 특히 전조, 초자연
현상 등의 믿음'이라고 적혀있는 서양사전의 미신과도 유사하다. 현재 알려진
(known) 사실이 아니라도 언젠가 알려질지도 모르니, 무조건 미신이라고 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1. 미신과 인간의 본성

  서양 단어의 미신(superstition; super, 위의; stare, 서 있다)의 어원에 미신이
인간에게 무엇인지 잘 표현되어 있다. 로마 시대에 각개 전투에서 살아남은 병
사들에게 '위에 서 있는 자(superstite)'라는 호칭을 부여하였다. 이들은 '운(運)이
좋아' 사망한 자의 위에 서 있다. 이들에게는 신비스러운, 초자연적인 힘이 작용
하였음에 틀림없다. 미신을 초자연현상 또는 초정상현상(the paranormal)에 대한
믿음으로 표현하는 이유를 알 수 있다.
  일면 공포와 불안이 가득한 하늘아래 사는 인간에게 이런 믿음을 없앤다는 것
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안다.  미신은 인간이 이 땅위에 발붙인 때부터 배양되어
핏속에 녹아 인간의 한 모습을 형성한 것이다. 과학과 이성의 시대가 찾아와 미
신에 전투를 벌였으나 영원한 승자는 미신이다. 
  미신을 송두리째 없애버린다면, 인간은 제모습을 잃어버릴지도 모른다는 생각
이 든다. 자식을 위해 정한 물을 떠놓고 손을 모아 기도하는 어머니의 입에서
어떤 귀신, 영의 이름이 나오든 무슨 상관이 있겠는가.  조간신문의 토정비결에
서 자기 띠를 가려 읽고 행운에 안도하고 차 조심, 말조심을 다짐한 들, 믿지 못
할 것이지만 어떨 것인가. 아침에 까마귀 울음을 듣고 반가운 손님이 올 것이라
고 기대하는 것은 지극히 인간적이다. 행운의 독수리돌(eagle stone)을 넣고 다
닌 들 나쁘다고 하겠는가.
  앞서 김성진 교수의 미신해설도 인간의 본성적 모습인 미신을 지나치게 경멸
시하는 분위기에 대한 거부감의 표현이라고 믿고 싶다. 20세기 초 영국의 리드
(Carveath Read)가 '인간과 미신(Man and His Superstition)'을 지었을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어째서 소박한 야만인의 마술(magic)과 물활론(animism)에 대한
정직한 믿음을 경멸적인 미신이라고 이름 붙였느냐는 비평을 받았다.
  리드는 미신을 학문적으로 '상상믿음(imagination belief)'으로 정의하여 사용하
였음을 분명히 하였다. 그는 언젠가 증명될지도 모를 상상. 추정을 미신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지적에 대하여, 기원전 3세기 사모스의 아리스타르쿠스
(Aristarchus of Samos)의 태양중심설이 증명되었다고 말하겠으나 마술이나 물
활론의 신봉자들은 2000년전 태양중심 가설의 자세를 취하도록 우리를 설득하려
고 한다고 반박하였다.
 
2. 점술. 부적. 주문

  마술은 영에도 행사되며 영도 마술적 힘을 발휘한다고 믿기 때문에 리드가
정의한 미신이란 마술에 대한 믿음이라고 볼 수 있다. 마술이란 근본적으로 원
인과 결과에 대한 상상적 유추추론에서 나온 것이다. 가장 일반적인 마술이 주
위의 역술인, 무속인, 풍수사 등에서 발견하는 점술(divination)이다. 어떤 문화권
에서건 지금도 무수히 많은 사람이 점술을 믿는다. 
  한국인에게 점술은 인고(忍苦)의 역사와 함께 남아있다. '민속한국사'의 일제초
기 '왜각씨 살이'하던 부인에 관한 일본인 기록을 보아도 그렇다. 아들이 병에
걸려 죽게되었다고 기별이 왔는데도 표정하나 바꾸지 않고 밤까지 일하다가, 다
음날 자식이 죽었는데도 정시에 출근하며  슬픈 기색이 없었다. 점쟁이가 아들
이 어릴 때 예언한 운명을 믿었기 때문이다. 
  이것을 운명에 순종하는 소박한 인간상이라고 말할 것인가. 요절할 것이라는
점쟁이의 말을 굳게 믿는 미신적인 인간상,  죽을 운명인 이상 의원을 찾을 필
요도 없이 자식을 방치해 두는 무지한 인간상, 죽어 가는 아들과 죽어간 자식에
대하여 슬픈 기색조차 보이지 않는 비인간적인 모습을 발견한다.
  마술적 믿음에는 부적도 있다. 부적에는 악령, 질병, 불행 등의 원인을 쫓아
낼 목적의 것과 잠재능력이나 재산을 불려주기 바라는 목적으로 사용하는 것이
있다. 주문을 외우는 것도 마술이다. 악령을 물리치거나, 적을 물리칠 목적의 
공격적인 주문도 있고 질병이나 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방어적인 주문도 있다.
또한 몸짓을 포함한 마술적 행위 전체를 굿거리를 통해 행한다. 
  무속(巫俗)이 미신적이고 주술적이지만 암시, 카타르시스, 설득, 조상에 대한
공포제거, 카운셀링, 위안 등을 통해 인간의 갈등과 불안을 해소해주는 기능을
갖고 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다. 그러나 무속은 근원적으로 질병과 불운을
가져오는 귀신, 잡귀를 부적. 주문. 몸짓으로 쫓아낸다는 미신이다. 세상만사가
초자연적 조화에 의해 빚어진다고 믿는 인간에겐 자기 탓이란 없다. 문제를 발
견하여 해결할 의지도, 노력도 없다. 이미 정해졌으니 장래를 설계할 필요도 없
다.  마치 마약에 빠져 아편굴 속에 누워 있는 모습이 미신적 인간상인 것이다.

3. 의학의 미신

  리드는 폴리네시아인이 믿는 마나(mana) 개념이 나온 과정을 해설하였다. 토
레스해협 서부군도 원주민에게 잘못된 일은 불운의 징표였다. 평소와는 다르게
고기잡이에 실패하면 어부는 우울해 진다. 그러나 곧 두명의 마을 여인이 사망
하자 위안을 받는다. 실패가 자신의 잘못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이런 마술적 힘의 흐름이 바다의 밀물과 썰물에, 달의 참과 기움에, 계절
의 변화 속에 나타나리라고 생각하였다. 
  리드는 "그것은 이 세상의 불가사의하고 신비스러운, 특히 마술과 영의 작용에
서 명맥히 나타나는 힘이다"라고 하였다.  이런 마술적 힘이 사유적으로 인간과
자연의 원리로 체계화되었음은 물론이다. 어떤 문화권이건 유사한 개념이 있었
다. 중국의 기(氣), 인도의 프라나(prana), 갈렌의 프네우마(pneuma)도 그런 것이
다. 땅과 하늘의 음양의 '기', 사기(邪氣)가 범하여 나타나는 질병, 혼기(魂氣). 백
기(魄氣) 등등 영기(靈氣)가 할당된 인체를 발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다. 
  '민속한국사'에는 1919년 10월 강원도 금화 근북면 두촌리에서는 일어난 사건
이 적혀있다. 이명래의 첩딸 옥희(玉姬, 9)가 간질병을 앓았다. 그 마을 모씨(某
氏)의 딸도 간질귀신을 불기로 쫓아 나았다 하여 온돌방에 벌거벗긴 옥희를 청
솔 개비를 깔고 덮어둔 채 가두어 두고 밖에서 문고리를 잠갔다. 그리곤 무작정
아궁이에 불을 땠다. 밤에야 문을 열어보니 이 아홉 살난 소녀는 죽어 있었다.
  이규태는 이 사건을 "정말 죽은 소녀가 슬프고 그 미련함이 슬프고 죽음에
이르게 한 사람이 슬픈, 슬프디 슬픈 이야기다"라고 말했으나 이것은 병든 소녀
의 이야기만이 아니다. 지금도 광대한 우주, 가혹한 자연, 살벌한 생존 경쟁, 그
리고 생로병사의 고통 속에서 살아 남아야 하는 인간은 처절한 슬픈 존재다. 이
가운데 인간을 끈끈히 연결해 주는 사랑이 있다. 지금도 불치의 병을 앓는 자식,
부모를 안고 절규하는 가족의 사랑에서 간질귀신을 쫓아내겠다고 불을 지펴대는
것과 동일한 '미련'을 발견한다. 이것은 시대를 초월한 인간의 모습이다.
  그러나 인간은 마냥 '슬프디 슬픈' 자조를 안고 눈물만을 흘리고 있지는 않았
다. 자연재해에 대처하고 굶주림, 추위, 그리고 질병의 고통을 이길 방법을 스스
로 구하기 위해 분연히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인간의 다른 모습이다. 이것이
과학과 이성의 인간상이다. 과학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한 목적을 향한 길을 걸
었다. 
  생명과 질병에 관해서, 16세기 베살리우스(Andreas Vesalius)의 인체 해부도에
이어 17세기 하비(William Harvey)는 혈액순환설을 내어, 마술적 힘인 프네우마
가 지배한다고 믿었던 인체를 자연의 물리법칙으로 해석하는 발판을 놓았다. 18
세기 질병은 인체기관의 이상으로 밝혀졌으며 19세기의 생리학은 뇌신경 조직에
상처를 내어 간질증세를 재현하였다. 19세기초에 성립된 유기화학, 실험생리학,
실험약리학 등은 20세기 의약혁명의 발판을 놓았다.
  20세기초에 X선 촬영장치의 보편화를 시작으로 심전계, 뇌전계 등의 향상된
진단장치가 나오기 시작하였다. 뇌전계야 말로 간질병 진단에 중요한 방법이다.
치료제도 나오기 시작하였다. 1910년대 최초로 효과적인 간질병약 페노바르비탈
이 나왔다. 이 발견의 역사에는 베이어(Adolf von Baeyer), 피셔(Emil Fischer)
와 같은 학자들의 노력이 등장한다.
  다시 말하지만 과학의 역사는 인간이 운명을 스스로 개척하겠다는 의지의 역
사이다. 비록 미신은 인간의 한 모습이긴 하지만, 그것을 뿌리 뽑을 수도 없지
만, 과학이야말로 용기요 지혜인 것이다. 간질귀신을 화기(火氣)로 물리친다는
믿음을 떨쳐버리기에 '기'가 얼마나 우리의 마음속에 뿌리깊게 내려져 있는지 상
상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1910년대의 사건으로 끝내야 한다.

4. 생기론, 목적론의 세계

  신과학을 최첨단 과학으로 이해하는 사람도 있으나, 과학과 신과학은 서로 상
반된 믿음이다. 과학은 기계론(mechanism), 환원론(reductionism)의 믿음이다. 다
시 말해서 생명체와 같은 전체를 그 구성성분의 상호작용결과로서 이해하며 구
성성분을 지배하는 원리를 환원적으로 파악, 전체를 이해할 수 있다는 믿음이다.
이에 대한 신과학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도 크다는 전일론(holism)의 믿음이며
전일론의 근간에는 알려지지 않은, 신비스러운 생기를 믿는 생기론(vitalism)이
있다. 
  생기의 원천은 끈질기게 남아 있는 마술적 힘이다. 16세기 과학혁명 이래 전
일론적 생기론적 세계는 생기를 배제한 기계론적 세계로 바뀌어나갔으나 생기론
이 쉽게 없어진 것은 아니었다. 20세기에 접어들 때에야 생리학의 생기론이 패
배를 선언한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로부터 앞서 말한 대로 20세기의 생의
학적 모델을 기초로한 의약혁명이 이뤄졌다.   
  생기론은 생기의 작용이 정해진 형태, 목적을 지향토록 한다는 목적론
(teleology)과 함께 한다. 1858년 다윈(Charles Darwin)의 진화론은 생명체의 목
적론을 일거에 소멸시켰다. 생명체는, 인간의 정신과 육체는 모두 목적이 없는,
방향이 없는 길을 따라 현재에 이르렀으며 앞으로도 인간이 결정할 수 없는 자
연선택의 길을 따라 나아갈 것임을 진화론은 시사해주고 있다.
  자연신학과의 다툼에서 진화론이 승리를 거두던 19세기 말, 인간에게 기계론
적이 아닌 무엇인가 존재한다고 믿고 싶었던, 신의 목적성을 포기하지 않으려고
한 일부 과학자들은 돌파구를 찾으려고 했다. 그들은 육체에 머물러 있지 않은
영적 세계와 정신적 능력을 과학으로 입증할 수만 있다면 일시에 비목적론적,
기계론적 과학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마술적 힘의 존재를 과학으로 증
명해 내겠다는 시도였다. 
  이것은 1880년대 영국과 미국에서 심령연구학회를 결성하여 영의 존재,  텔레
파시, 염력 등등을 연구한 심령연구학자의 목적이었다.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 크룩스(William Crookes), 리셰(Charles Robert Richet), 제임스
(William James) 등등 많은 학자들이 연구했다. 1930년대 라인(Joseph Banks
Rhine)에 의해 이 분야연구는 카드읽기법 등 새로운 방법으로 바뀌었다.
  지난 100여년간 무수히 많은 연구결과가 있었다. 이들은 한때 죽은 다음에도
살아남는 영, 초감각적 지각(ESP), 염력(PK)이 증명되었다고 선언하기도 하였다.
최근의 것으로, 유리 겔러의 투시력, 심령술사의 먼곳 보기, 간츠펠트 절차에 의
한 ESP, 무작위숫자발생장치(RNG)를 이용한 마이크로 PK  등등 과학계에 알려
진 것이 많다. 그러나 미국 국립과학아카데미 산하 국립연구위원회(NRC)는 1988
년 보고서에서 "ESP, PK의 존재를 입증할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는 결론을 내
렸다. 이들은 지난 100여년간의 연구결과를 검토하였고 중요한 최근 연구를 확
인하기 위해 현장조사까지 한 결과 이런 결론을 내린 것이다. 

5. 신라마르크론, 원형의 세계

  심령연구와 동시에 20세기 초 생물학자에 의해 라마르크론(Lamarckism)이 부
활하여 목적론적 진화가 주장되었다. 신과학서에 등장하는 베르그송(Henri
Bergson), 맥두걸(William McDougall),  카머러(Paul Kammerer),  케스틀러
(Arthur Koestler) 등이 신라마르크론 신봉자이다. 이들은 인간의 의지와 의식이
진화에 반영된다는 믿음을 견지하기 위해 획득형질의 유전을 주장하였다. 예를
들어 맥두걸은  미로학습 훈련을 통해 훈련된 쥐가 다음 세대에서 더 빨리 미로
를 헤어나올 수 있다는 등 결과를 주장하였다. 
  신라마르크론은 융(Carl Jung)의 동시성(synchronicity)과도 통하는 개념이다.
융은 이 세계는 축적적 원형(archetype) 또는 집단무의식으로 채워져 있으며 무
의식적 정신적 에너지가 원형을 통해 물질적 사건과 연결되며 일련의 물질적 사
건에서도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가 발견된다고 주장하였다. 최근 동시성은 셸드
레이크(Rupert Sheldrake)의 형태장(morphic field)으로도 채색되었다. 그는 미로
를 헤어나오는 능력이건 무엇이건 원형으로 남아 다음 세대에, 아니 현재 시공
을 초월하여 영향을 미친다고 상상한다. 
  이것은 모든 마술을 인정하는 상상이다. 이들은 인과론적 믿음 대신에 만사
운명을 비인과론적 의미 있는 우연의 일치라고 가르친다. 그러나 획득형질의 유
전이나 셸드레이크의 형태장은 과학적 증거가 없으며,  융의 동시성은 비인과론
적 사건이므로 과학이 아니다. 그럼에도 신과학자는 인간의 정신, 자연, 우주를
연결하는 그물을 제시하며 이런 상상이 실제인양 주장한다. 이렇게 하여 인간이
자연을 한 몸으로 생각하여 환경파괴를 막고, 물질에 대한 정신적 지배가 가능
하고, 정신과 정신을 연결하여 인류평화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들은 양자론을 증거로 내세운다. 불확정성 원리에 의해 과학의 결정론은 죽
었다고 말한다. 측정에 의해 붕괴, 결정되는 양자 뭉치를 말하며 보기 전에는 밤
하늘의 달이 존재 않는 것이라고 하며 정신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이들은 양자
론이 미시세계에 적용되는 하나의 법칙이라는 사실을 도외시한 채,  결정론적으
로도 풀이된다는 사실을 무시한 채 이런 주장을 하는 것이다. 
  이들은 EPR 실험을 말하며 이 세계가 아양자적 수준에서 그물처럼 연결되었
다고 말한다. 그러나 과학자들은 이 이론의 불충분성을 지적하며 일면 또 다른
많은 가정을 복합하여 시공을 초월한 ESP, PK를 설명할 수 있다는 말에 경악한
다. 프리고진(Ilya Prigogine)은 비결정론적인 혼돈의 세계에서도 자기 조직화의
질서가 나타나므로 희망은 있다고 말한다. 양식 있는 과학자는 희망이 무엇이건 
프리고진이 자신의 과학을 비약시켜 논리를 전개하고 있다고 말한다.   
  또한 정신을 배제한 행동주의에 대한 반동으로, 초심리학뿐만 아니라 인본주
의 심리학, 초개인 심리학, 신비심리학 등등이 신과학의 주제가 되었다. 개인적,
사회적 주관적 가치와 개인의 초월적 경험을 중시해야 한다는 이런 심리학은 과
학과는 거리가 먼 것임에도 불구하고 동양의 신비종교와 접합하여 신과학으로
광고되고 있다. 동서양 잠재능력개발 운동도 이와 관련된 것이다.
 
6. 한국의 신과학

  한국의 신과학은 크게 두 갈래다. 사상적으로, 카프라(Fritjof Capra) 등 신과
학 저자의 책이 50권 이상 번역 출간되었다. 정기간행물 <과학사상>에는 학자
들의 글이 실리고 있다. 신과학은 과학의 인과론, 정량성, 객관성, 증명성, 합리성
을 부정하고 주관적, 정성적, 도덕적 세계를 표방하며 비인과론적 세계를 상상한
다. 다시 말해서 신과학은 과학적 모던 세계관에 반대되는 반과학적 반모던 세
계관과 관련된 것이며 전통 세계관  또는 포스트모던 세계관의 지향인 것이다. 
한 마디로 신과학은 반과학(antiscience)이다. 
  또 다른 한국의 신과학은 '초정상현상'이 존재한다고 주장하는 한국정신과학
회를 중심으로 한 과학자, 학자그룹에 의해 홍보되고 있다.  '초정상현상'이란
'ESP, 강신술 현상, 마술적 또는 신적 치유,  PK, 공중부양, 예언, 점술, UFO, 
전생회상, 최면술, 피라미드 파워 등등'을 말하며 대체의학의 신비적 원리도 이
범위에 포함된다. 이들은 매스컴과 연계하여 '초정상현상'을 적극적으로 홍보하
고 있다. 심지어 일부 정치인과 연계하여 정신과학진흥육성법까지 발의시켰다.
  국제적 신과학 계몽단체인 초정상주장조사위원회(CSICOP)의 한국 연계조직인
KOPSA(Korea PseudoScience Awareness)를 운영하고 있는 필자는 한국정신과
학회가 미신 홍보에 나서고 있음에 놀란다. 학자인 이들이 이 분야에 얼마나 방
대한 자료가 나와있고, 어째서 과학적인 증거가 없다고 결론지었는지 알지 못한
다는 사실에 놀란다. 과학자인 이들이 동원하는 과학이 과학자로서 부끄러워해
야 할 쓰레기과학(junk science)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정치인이 무슨 일을 저지
를 수 있는지 실상에 놀란다.     
  CSICOP(http://www.csicop.org/)는 5명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저명한 학
자들이 펠로우로 참여하고 있는 국제적인 과학계몽단체로서 30여개국에 연계조
직이 있다. CSICOP의 펠로우인 바렛(Stephen Barrett)의 인터넷 사이트
(http://www.quackwatch.com)에는 대체의학과 비평이 망라되어 있다. (<서울시
약사회지> 1999년 4월 호에 게재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