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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켑틱스와 환경, 화학자의 민주주의와 녹색화학에 대한 책임
  글쓴이 : kopsa     날짜 : 07-01-18 07:34     조회 : 4465    
(2008년 2월 3일 확인)

스켑틱스와 환경, 화학자의 민주주의와 녹색화학에 대한 책임
 
아래 기업체 사보에 실린 “화학자의 민주주의와 녹색화학에 대한 책임”을 게시합니다. 이것이 스켑틱스의 환경에 대한 기본 입장이라고 생각합니다. “수돗물 불소화”를 분석한 “과학적, 비과학적 의학” 게시판에 게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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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학자의 민주주의와 녹색화학에 대한 책임 

“내가 구하려고 애써 온 생명계의 아름다움이 항상 먼저 떠올랐다. - 그것과 그리고 그것에 가해진 무분별한 잔인한 일들에 대한 분노.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해야 한다는 엄숙한 의무를 느꼈다. - 해 보려고 조차 하지 않았다면 결코 다시는 기쁨을 찾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적어도 약간은 내가 도움을 주었다고 믿을 수 있다.” (1962년 레이첼 카슨의 편지에서) 
 
1. 의식주의 학문, 화학 

우리가 숨을 쉬고 영양분을 섭취하여 사는 원천은 녹색식물의 광합성이다. 광합성은 태양의 에너지가 생물학적 에너지로 바뀌며 물이 분해되어 산소가 발생하는 명반응과 명반응에서 생성된 에너지로 이산화탄소를 활용하여 당을 만드는 암반응의 두 가지 단계로 이뤄져 있다.

암반응 경로를 연구하여 1961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미국의 멜빈 캘빈(1911-97)은 어린 시절 러시아 이민자인 부모 밑에서 가난하게 지냈다. 아버지는 자동차공장에서 숙련공으로 일하였고 어머니는 옷이나 장식용 직물을 만들어 생계에 보태었다. 고등학생이 되어 주말에 슈퍼마켓에서 일하던 그는 그곳의 다양한 식품과 식품 용기와 포장 그리고 인쇄물을 보고는 이들이 속한 것이 화학이며 화학이야말로 장래를 보장하는 학문이라고 믿었다. 

식물은 화학의 시작 처음부터 화학자의 관심사였다. 1700년대 영국의 화학자 조지프 프리스틀리는 밀폐된 용기에 생쥐를 넣고 그곳에 식물을 함께 두었을 때 생존이 연장되는 것을 발견했다. 1800년대 독일의 유스투스 리비히도 농부의 진보만이 인간의 존재 상황을 향상시킬 수 있다고 믿고는 식물을 연구하였다. 그는 광합성에 관해서는 산소가 이산화탄소가 분해되어 생성된다고 한 점에서 오류가 있었으나 식물의 생장이 토양에 가장 적게 포함된 필수 원소에 의존적임을 발견하고 최초로 인공 비료를 개발하였다.

2. 화학의 어두운 이미지 
 
식량뿐만 아니라 우리는 의식주 모두를 화학에 의존한다. 그리고 화학이야말로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의 식량, 에너지, 보건 문제의 해결에 가장 큰 기여를 하였다. 그럼에도 화학에는 어두운 이미지가 따라다닌다. 식품 속 살충제와 환경 호르몬, 분해되지 않는 폐기물, 숨을 쉬기 어려운 대기오염, 산 생명을 찾을 수 없는 시꺼먼 수질오염 등 모든 생명을 위협하는 것들은 화학의 산물임에 틀림없다. 

저 울창한 숲과 맑은 물 그리고 새의 노래는 어디로 갔는가. 과학이 과연 필요한가 의문을 품고 자연으로 돌아가자고 외치는 이들도 있다. 이에 대해 영국의 노벨상 수상자 막스 페루츠는 1991년 <과학은 필요한가?>에서 한때 과학을 중지시킨 중국을 상기시키며 "문화 혁명이 중국인을 루소의 이상, 오늘날 서구 젊은이들의 이상인 자연과 조화를 이룬 고결한 남녀의 사회로 돌아가게 했는지“ 물었다.

페루츠는 과학의 위험과 혜택은, 닐스 보어가 파동과 입자가 빛이나 전자의 이중적 양상이라는 것을 설명하기 위해 구성한 상보성 원리의 적용을 받는다고 하며 위험과 혜택은 분명 배타적이지만 함께 안고 살 수 밖에 없다고 하였다.

3. 환경 인식, 레이첼 카슨의 의미 
 
화학물질의 혜택과 위험은 내재적인 것이기 때문에 위험성이 큰 것은 사용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리고 필수적인 것은 사용하되 인간의 지혜로 최대한 위험을 줄이고 혜택을 취할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것은 지극히 당연한 추리이지만  인간의 탐욕은 그렇지 못했다.

어려서부터 문학적 재능을 나타낸 미국의 작가 레이첼 카슨(1907-64)은 일생을 자연의 관찰자로 살며 생명계의 아름다움을 그렸다. 그는 1962년 마지막 <침묵의 봄>에서 DDT 등 살충제가 마구 뿌려지는 사이에 새와 물고기가 죽고 토양의 생물 종이 파괴되어 결국 인간이 살 수 없는 지구가 된다고 알렸다. 그를 이해한 것은 일반 대중이었다. 이들은 갑자기 주위를 둘러보고 파괴된 자연에 놀랐다. 환경에 대한 인식을 일깨운 것이다.

스위스의 화학자 파울 뮐러의 1948년 노벨 화학상 업적인 DDT는 1972년 미국을 위시하여 여러 국가에서 사용이 금지되었다. 1965년 카슨이 불러온 반향을 보며 사망한 뮐러는 DDT에 대해 전혀 말을 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의 DDT가 얼마나 많은 목숨을 말라리아 등 질병에서 구했는지는 말할 필요가 없다. 그는 DDT가 아니라 인간의 탐욕이, 무분별한 농업용 사용이 DDT를 이렇듯 위험한 물질로 만들었다고 이해했을 것이다.     
 
4. 환경 문제, 이해와 가치관의 갈등

2001년 12종의 잔류성유기오염물질(POP)의 사용 금지를 규정한 국제 협약 가운데서도 DDT만은 말라리아 통제를 위해 일부 국가에서 계속 사용이 허가됐다. 이때에도 환경 단체에서는 시한을 못 박아 금지를 주장했고 지금도 그런 주장을 하고 있으나 현재도 매해 120만 명이 사망하는 말라리아에  DDT만큼 효과적이고 안전한 그리고 값싼 살충제는 없다. 

최근 세계 보건기구(WHO)는 어느 국가건 말라리아 예방을 위해 적절한 방법으로 DDT를 사용할 수 있다고 천명했다. 이것은 페루츠의 말과 같이 “사회는 위험과 혜택의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하지만 도덕적 가치도 과학적 사실도 분명한 결정으로 인도하지 못한다”는 딜레마 속에서 위험을 최소화하고 혜택을 활용하는 최선의 선택을 따른 결과이다.     

환경 갈등은 도처에 있다. 근본적으로 가치적 갈등이다. 생태중심적 환경 운동가들은 인간뿐만 아니라 모든 생명이 내재적 가치를 지니고 있다고 믿는다. 이들은 또한 공기. 물. 바위. 생명 등 자연의 모두가 한 개의 그물이며 인간이 자연에 끼친 조그만 영향일지라도 그대로 인간에게 되돌아온다고 믿는다. 이들의 인공적인 화학물질에 대한 혐오는 철학이 깊을수록 강력하다.
 
5. 과학자의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

생태중심적 환경 철학은 인간중심적 철학을 견제하는데 기여를 하고 있으나 어떤 철학이건 주관적 가치는 과학적 판단에서 선입견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바로 지금 우리의 수돗물 불소화 논쟁에서도 2000년 영국 요크 대학의 보고서를 놓고 불소화 반대 측은 이 보고서가 “불소화의 혜택보다 위험이 높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하고 찬성 측은 “불소화가 안전하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상반된 주장을 펴고 있다. 

요크 보고서는 “불소화가 충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보이나 그  혜택의 범위는 상당한 혜택에서 약간의 비(非)혜택에 이르며, 혜택 효과는 불소 침착증(반점치)의 증가라는 손해에 의한 것이나 증거가 질적으로 불충분하며, 이외에 암, 골절, 다운 증후군과 같은 부작용은 발견되지 않았으나 증거의 질이 빈약하기 때문에 충분히 알지 못 한다"고 했을 뿐이다. 

이러한 양상은 수돗물 불소화뿐만 아니라 유기농업, 살충제, 환경 호르몬, 유전자조작식품(GMO), 핵에너지 등 모든 환경 논쟁에서 나타나며 운동가들의 프로파간다 속에서 일반 국민은 혼란스럽다. 일찍이 여기에 대해 “과학자에게 결정 권한이 있는 것이 아니라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밖에 없다”고 적절한 말을 한 사람이 미국의 노벨상 수상자 로얼드 호프만이다. 과학자의 역할이 객관적인 과학적 진실을 알려주어 국민의 의사 결정을 돕는 방향으로 전환되어야 함을 의미한다.

6. 화학자의 환경 인식, 녹색 화학   
 
이것이 화학자의 외적 사회에 대한 의무라면 이 사회에 이렇듯 독성 물질이 많은 이유가 어디에 있는가. 화학자 스스로의 노력이 부족한 때문이라는 인식이  녹색 화학의 출발이다. 녹색 화학은 처음부터 효과가 있으면서도 안전한 최종 산물이라는 목표 그리고 합성 단계에서 위험성 물질의 발생을 줄이거나 제거하는 목표를 설정하고 합성을 설계하자는 것이다.

여기에서 안전성이란 환경 안전성을 의미하며 물질의 독성학적 안전성뿐만 아니라 물질의 분해가능성도 해당한다. 또한 합성 과정에서 물 등 독성 물질을 최소화한 반응 용매의 사용, 합성 원료와 연료에 석유 자원이 아니라 매해 재생되는 식물 자원의 활용, 촉매를 사용한 합성 효율의 향상, 그리고 합성 과정의 단순화 등 모든 것이 포함된다.

녹색 화학은 가히 혁명적인 발상이나 이제 시작일 뿐이다. 그러나 어떤 과학이든지 목표가 설정되어 좋은 아이디어와 달성 방법에 대한 질문이 계속되면 좋은 해결책이 나오고 발전하는 것이 과학의 속성이다. 녹색 화학도 커다란 수레에 교육과 연구와 산업을 태우고 끌면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다. 문제는 수레를 끄는 동력이다. 사회적 합의, 전문 인력 양성, 연구 개발 인센티브, 기타 정책적 배려 등 넘어야 할 산이 높다. (강건일/ 前 숙명여대 교수, 과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