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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녹십자 문제(16) 에이즈 혈액과 녹십자(05/09/25 프레시안 기고문에 대해 추가)
  글쓴이 : kopsa     날짜 : 05-09-16 14:22     조회 : 4743    
녹십자 문제(16) 에이즈 혈액과 녹십자, 최근 진전
(2005년 9월 25일 프레시안 기고문에 대해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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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9월 25일 추가합니다. 아래 "녹십자와 에이즈 혈액의 멍에 (초고)"가
실제는 그 이전의 초고가 프레시안 기고문으로 올랐습니다.
제목을 "녹십자는 언제까지 환자 위에서 군림하려는가"로 잡았는데
적절했다고 생각합니다.

 http://www.pressian.com/scripts/section/article.asp?article_num=30050920162659&s_menu=사회

사실은 프레시안 기자가 관련 기사를 작성할 때 참고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직접 기사를 작성하는 대신 그 글을 기고문으로 올린 모양입니다.
알려주었다면 글을 좀 더 정리하여 최종 원고로 게시할 수도 있었을
것인데(아래 프레시안 기자의 기사를 보고 필요하면 최종 원고로 매체에
보내겠다고 언급했습니다), 이미 지난 일이고, 아쉽지만 독자에게 강박사의 의
미는 전달되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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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HIV 오염 혈액이 수혈에 사용되고 혈액제제의 원료에 포함된 문제는 아실 것입니다.
우리 적십자사의 혈액관리 문제인데, 근원적으로는 보건복지부와 식약청의 문제입니다. 그
리고 녹십자는 식약청의 룩백 지침을 내세워 심지어 오염혈액이 원료로 쓰인 것을 알고도
제품을 방출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이미 방출된 제품에 대해 조처를 취할 리가 없습니다.

언론은 적십자사의 문제를 집중 보도했으나 식약청과 녹십자의 문제는 직접 다루지 않았습
니다. 그러나 식약청의 룩백 지침에 대해 관심은 있어 보였습니다. 강박사에게 방송사 2곳
과 언론사 1곳에서 문의가 왔습니다. 그러나 어떤 보도도 나오지 않았고 더욱이 녹십자의
문제를 확실히 지적할지는 미지수입니다.

그렇다면 강박사가 직접 나서야 하겠다고 생각하여 아래와 같은 “녹십자와 에이즈 혈액의
멍에”라는 글을 작성하고 내용상 사실 관계를 확인하고 있었습니다. 직접 녹십자의 문제이
기 때문에 신중을 기하려고 했습니다. 소송에 얽힌 한 기업체의 문제를 시비를 분명히 하는
글로 쓰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녹십자의 문제는 충분히 그럴 가치가 있으며 또 이 글을
실릴 매체를 찾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던 차, 강박사를 찾아 왔던(그래서 후에 자료도 보냈습니다) 기자로부터 추석이 지나고
다음 주 중에 녹십자 문제를 다루기로 계획하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그 기자가 강박사
가 의미하려는 것을 이해하는 것 같아 어떻게 기사가 나오는지 지켜보려고 합니다. 그 다음
에 충분하지 않다고 생각하면 “녹십자와 에이즈 혈액의 멍에”를 필요하면 변형하여 최종 원
고로 작성하여 매체로 보내도 늦지 않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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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십자와 에이즈 혈액의 멍에 (초고)

90년대 초 에이즈 혈액이 혈우병 치료제의 원료로 쓰인 문제로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녹십
자는 멍에를 메고 있다. 최근 두어 달 사이에 당시 에이즈에 감염된 혈우병 환자들이 낸 손
해배상 청구소송에서 법원은 녹십자의 패소를 결정하였고, 울산의대 조영걸 교수를 상대로
한 명예훼손 소송에서도 고등법원은 조 교수의 배상책임이 없음을 선고했다. 

조 교수에 대한 명예훼손 소송은 의외였다. 그는 유전자 분석 방법으로 에이즈에 감염된 혈
우병 환자가 국내 에이즈 균주에 감염됐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1994년 조사위원회의 결론
은 에이즈 감염이 혈우병 치료제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만 외국산 또는 국산인지 가릴 수 없
다는 것이었는데, 조 교수는 국내 녹십자 제품이 원인일 가능성을 제시한 것이다.

조 교수의 연구는 에이즈의 전염 경로를 밝히는 연구라는 점에서 학술적으로 의미가 있다.
그리고 궁극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위한 연구이다. 제약 기업의 가치도 마찬가지로 인간의
생명을 구하기 위한 것이다. 그렇다면 만일 연구에 문제와 한계가 있다면 과학적 시비를 가
리는 장을 마련하는 것으로 족할 터인데 어떻게 일개 학자에게 15억 원 규모의 배상을 요
구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 

그러면서 녹십자는 소송에서 패할 경우 스스로 소송의 덫에 걸리리라는 것을 간과한 것 같
다. 이번 고등법원 판결은 혈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이 녹십자의 혈우병 치료제가 원인이
라는 것을 확인시켜 주었다. 녹십자는 모든 문제를 끝까지 대법원에서 해결할 모양이며 이
부분에 대해 무어라고 할 말은 없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것은 지금도 녹십자는 불활성화 공
정을 거쳤기 때문에 제품에 에이즈 바이러스가 들어 있을 가능성이 없다고 굳게 믿고 있다
는 점이다.

약의 안전성은 과정으로 판단한다. 혈액 제품의 경우 헌혈자 면접, 바이러스 검사, 기록 등
의 개개 혈액관리 단계와 그 다음에 제조 각 단계의 제조관리(GMP)의 완전성이 필수적이
다. 이 많은 단계는 최종 제품에 바이러스가 침투하지 못하도록 설정한 장벽들이다. 헌혈에
서 최종 제품까지 어느 단계도 과학적인 한계와 인간적 한계 내지 실수로 인하여 100% 완
전성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에 겹겹의 안전망으로 최종 제품의 안전성을 도모하는 것이다. 

이중 한 단계인 바이러스 불활성화 공정만 해도 방법상 최대한의 안전장치를 설정할 수도
있고 이보다 미흡한 것도 있다. 또한 이 공정만 해도 어떻게 운영하는지 어느 순간의 사람
인자에 따라 안전성이 결정된다. 단순히 최종 불활성화에 의한 바이러스의 파괴 주장은 약
의 안전성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하는 말이다. 

어제 오늘도 적십자사의 혈액관리 문제로 국민은 불안해하고 있다. 지금도 이러한데 1990
년대 초의 혈액관리는 숭숭 구멍이 뚫린 망을 쳐 놓은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추리할 수 있
다. 우리의 GMP 또한 선진국의 GMP와 비교하면 부족하다는 것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 이
것은 적십자사나 녹십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감독기관의 문제가 크다. 총체적으로 안전 정신
의 문제이다.

안전은 상식적 이해의 범위에 있다. 바이러스에 의해 형성된 항체를 검사하는 효소면역법
(ELISA/EIA)은 검출에 필요한 항체가 아직 형성되지 않은 기간의 문제가 있다. 헌혈자의
혈액이 에이즈 양성으로 나올 경우 이전 동일인의 이 윈도 기간의 혈액을 폐기하기 위해 일
정기간 혈액을 보관할 필요가 있다. 우리는 처음부터 이 절차가 없었다. 최근의 직접 바이
러스를 검출하는 핵산검사(NAT)도 오염을 확인하기 위한 목적에 부합되도록 측정이 검증되
고 규정되어야 하며 혈장 풀 크기도 필요시 폐기에 문제가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녹십자는 모든 것이 결핍됐던 90년대 초의 상황을 인정했으면 한다. 부실한 혈액관리가 이
미 안전상 과실인데 100% 완벽하다며 무죄를 주장하는 모습은 이해하기 어렵다. 아마도 혈
우병 환자의 에이즈 감염이 100% 자사 제품 때문으로 입증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지도 모
른다. 그러나 소송의 판결에도 있듯이 인과관계 추리는 100% 상관성에서만 유효한 것은 아
니다.   

녹십자가 그 동안 공급한 혈액제품이 국민 건강에 기여한 부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리고
이제 글로벌 생명 과학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기업이 10여 년 전의 멍에를 쓰고 있을 필
요가 있을까. 딱히 100% 인과적 증거가 없다고 믿더라도 안전성 확보에서 부족했던 점을
인정하고 어떤 명분이든 내세워 혈우병 환자에게 보상하고 과거를 털어버렸다면 좀 더 현명
하지 않았을지 생각해 본다. 

그리고 새로운 각오를 해야 할 것인데, 최근 에이즈 혈액으로 제조된 제품을 방출한 문제
는, 의식의 전환이 이렇게 어려운 것인지 실망감이 크다. 이들 제품을 주사 맞는 환자의 불
안을 의식하지 않고 제약 기업이 존재할 수 있을까. 최소한 제품 판매 이전에 조속히 전문
가나 감독기관의 정밀 GMP 검사를 받겠다는 생각이 나왔어야 할 것이다. 이렇게라도 안전
성을 확인받아야 환자를 설득할 여지가 있는 것이지, 작금의 녹십자는 환자의 위에 군림하
려는 모습으로 비친다. (강건일, 전 숙명여대 약대 교수.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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