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현현상(瞑眩現象)’이라는 한의학 관련 용어가 있다. 병이 낫기 위해서는 일시적으로 증상이 더 나빠지거나 환자가 어질어질할 정도의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하지만 원래 ‘명현’는 중국의 고대 역사서인 <서경>에 실려 있는 말이다. 명재상 부열(傅說)에게 상나라 임금 고종이 내렸던 교지에 실려 있는데, 아래와 같다.
“아침저녁으로 가르침을 올려 나의 덕을 도우라. 내가 만약 쇠라면 그대를 숫돌로 삼겠으며, 큰 강을 건넌다면 배와 노로 삼겠으며, 큰 가뭄이 든다면 장맛비로 삼을 것이다. 그대의 마음을 열어 내 마음을 윤택하게 하라. 만약 약이 독하지 않으면 그 병은 낫지 않는다. 만약 맨발로 가면서 땅을 보지 않으면 발을 다칠 뿐이다.”
한의학에서 쓰는 ‘명현(瞑眩) 현상’이란 용어가 있다. ‘어지럽고 눈앞이 캄캄함’이란 뜻으로, 약을 먹은 뒤 일시적으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부작용 같은 반응을 말한다. 부작용과의 차이는 명현 현상이 나타난 뒤에는 증상이 급격히 좋아진다는 데 있다. 그래서 ‘호전 반응’이라고도 한다. 서양 대체의학에서는 비슷한 뜻으로 ‘치유 반응’이나 ‘치유의 위기’라는 용어를 쓴다.
명현이란 말은 의서(醫書)가 아닌 사서삼경의 하나인 서경의 ‘약불명현 궐질불추(藥弗瞑眩 厥疾弗추)’라는 구절에서 유래한다고 한다. ‘약이 아찔할 정도로 독하지 않으면 병이 낫지 않는다’는 뜻이지만, 신하가 임금에게 강하게 직간해야 함을 비유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