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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창조냐 진화냐' 연세대 김정훈 교수의 폴로늄 후광
  글쓴이 : kopsa     날짜 : 03-04-13 19:34     조회 : 6017    
'창조냐 진화냐' 연세대 김정훈 교수의 폴로늄 후광

2002년 12월 26일 동아사이언스 과학 강연회에서 '창조냐, 진화냐' 주제를
다루었습니다. 창조론 측 연사로 나온 연세대 의대 김정훈 교수 부분을 보
도한 기사(국민일보 2002년 12월 27일 등록, [창조냐 진화냐-과학 강연회
지상 중계] '창조론' 연세대 의대 김정훈 교수)를 읽고 창조과학 주장이 어
떤 것인지, 사례로 그 중에 폴로늄 후광 부분을 정리했습니다.

1. 후광, 폴로늄 후광

후광(halos)은 암석 내에 알파 입자를 방출하는 방사성 동위원소가 묻혀 있
을 경우 결정에서 관찰되는 탈색된 동심원 모양을 말합니다. 우라늄과 같은
방사성 원소는 붕괴되며 알파 입자를 냅니다. 이 알파 입자는 에너지가 크기
때문에 일정 거리 주위 암석을 관통한 다음에 암석 결정에 의해 흡수됩니다.
이때 결정의 구조가 변하여 탈색된 원 모양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후광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의 동심원으로 나타납니다. 이렇게 생각해 봅시
다. 우라늄은 여러 붕괴 시리즈의 핵종을 거쳐 최종적으로 납이 됩니다. 그
리고 붕괴 시리즈의 핵종 중에는 또한 알파 입자를 방출하는 것이 있기 때
문에 그 에너지에 따라 여러 개의 후광이 관찰될 것입니다. 

폴로늄 후광(Polonium halo)은 방사성 원소인 폴로늄(보통 반감기 3분인
Po-218)이 만든 후광이라는 의미입니다. 창조과학에서는 선캄브리아기(지
구 시작부터 약 5억 7천만년 전까지) 암석에서 발견된 후광이 폴로늄 후광
이라고 주장하는데 이 경우 특별한 의미가 있습니다.

폴로늄의 반감기는 3분밖에 되지 않고 곧 완전히 붕괴되기 때문에 암석이
냉각되는데 이보다 오랜 시간이 걸린다면 폴로늄이 냉각된 고체 안에 남아
후광을 만들 가능성이 없습니다. 다시 말해서 초기 지구가 형성될 때 지질
학에서 말하듯이 용융 암석이 굳어 지층을 형성했다면 그 굳는 시간으로
보아 폴로늄이 암석 내에 들어가 있을 가능성이 없는데 폴로늄 후광이 보
인다는 것은 지구가 하나님에 의해 즉시(!) 창조된 증거라는 것입니다. 국
민일보 김정훈 교수 기사에는 이렇게 나와 있습니다.   
 
"보통 방사성 동위원소는 붕괴될 때 ....알파입자를 방출한다. 그 결과 동심
원 모양의 방사성 후광을 만들 수 있다. 그런데 ....선캄브리아기 지층의 광
물질에서 채취한 방사성 후광의 반감기는 고작 3분밖에 되지 않는 폴로늄
동위원소의 붕괴 흔적이 수없이 발견된다. 만약 지층이 진화론에서 말하듯
수십 억 년 동안 뜨거운 마그마가 서서히 냉각되면서 만들어진 것이라면
반감기가 3분밖에 되지 않는 폴로늄은 모두 사라지고 없어야만 할 것이다.
....지층이 매우 짧은 시간 내에 급속히 만들어졌음을 말해 주는 강력한 증
거다."

2. 겐트리의 연구와 문제

이러한 폴로늄 후광 주장은 겐트리(Robert Gentry)의 연구에 기초한 것입
니다. 겐트리의 폴로늄 후광 연구는 1960년대 말이래 유명 학술지에 실렸
고 1986년에는 "창조의 작은 미스터리(Creation's Tiny Mystery)"라는 책
도 나왔습니다. 그후에 나온 다른 책도 있는 것 같습니다.

여하튼 그는 앞서 김정훈 교수의 강연에 있는 대로 선캄브리아기 흑운모
(biotite) 시료 등에서 후광을 발견했으며 이는 방사성 폴로늄이 붕괴하며
방출하는 高에너지 알파 입자에 기인한 것이라고 적었습니다. 그리고 폴로
늄이 원초적으로 핵합성과 동시에 즉시 암석 내에서 결정화되었을 것이라
고 하며 이 암석을 "창세기 암석(primordial Genesis rocks)"이라고 불렀습
니다.

창조과학 반경의 폴로늄 후광 주장이 의미가 있기 위해서는 이 후광이 폴
로늄에 의해 생겼다는 증거가 필요합니다. 겐트리가 어떤 증거로 폴로늄
후광을 말했는지 확인이 필요합니다. 그는 다색성(pleochroic) 후광이 폴로
늄에 기인했을 것 같다는 1917년, 1939년 논문을 인용했습니다. 이 논문의
정확한 내용은 잘 모르나 후광의 크기 등을 근거로 이렇게 말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겐트리는 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광물질 시료에 헬륨 이온(알파 입자)을
조사하는 실험을 하여 암석 내부에 폴로늄이 있을 경우를 간접적으로 재현
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런 저런 후광의 양상을 도출하여 폴로늄 후광이
실제 폴로늄에 의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제시한 것 같습니다. 겐트리의 논
문을 전부 검토해야 적절하게 적을 수 있겠으나 이 실험 결과가 선캄브리
아기 암석의 후광이 폴로늄에 기인한다는 증거가 되기에는 부족하다고 이
렇게 설명돼 있습니다.

예를 들어 헬륨 이온을 조사했을 때, 멀리 떨어진 후광일수록 탈색이 약한
실제 암석의 폴로늄 후광과는 반대로 이온의 침투가 깊어질수록 탈색의 강
도가 컸다고 합니다. 헬륨 이온 실험이 실제 후광 형성을 파악할 수 있는
모델로 부족함을 말해 줍니다. 또한 겐트리는 알파 입자의 에너지와 탈색
원형의 크기를 연관시켰는데 입자의 조사시간, 결정의 화학적 조성과 구조
등 후광의 크기에 미칠 기타 영향을 보정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기타 지적
은 생략합니다. 

3. 오돔과 링크의 후광 형성 메커니즘 

1989년 플로리다 대학의 오돔(Leroy Odom)과 링크(William Link)는 후광
형성에 대한 중요한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이들은 후광의 크기가 알파
입자의 에너지와 반드시 관련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적어도
한 경우에 암석에서 알파 입자가 자연적으로 이동할 수 있는 거리의 두
배에 해당하는 곳에서 후광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오돔과 링크의 연구에 대해 스켑티컬 인콰이어러(Summer 1990, p. 347)에
는 이렇게 설명돼 있습니다. 방사성 물질이 붕괴하며 방출하는 알파 입자
에 의해 양전하가 발생하고 이 양전하가 주위 암석에 쌓여 잉크가 번지듯
이 서서히 번져 나가 탈색 후광을 만든다는 것입니다. 이 경우 폴로늄이
아니라 반감기가 긴 방사성 물질이어야 하며 전하의 확산 속도는 아주 느
리지만 5억년 정도 된 암석에서는 후광이 생성되기에 충분하다고 하였습니
다.

Talk.Origins의 글에는 이들의 석영에 알루미늄을 포함시켜 실험한 결과가
소개돼 있는데 방사선-유도 유색 후광(radiation-induced color halos,
RICHs)이라는 용어가 있습니다. RICH를 일반 알파 입자(우라늄과 토륨 붕
괴 사슬)의 에너지의 범위에서 예측할 경우 예측에서 벗어나는 예외가 많
다고 합니다. 앞서 알파 입자의 정상적 이동 거리를 벗어난 곳에 나타난
후광이 대표적인 경우일 것입니다.

오돔과 링크는 석영에 알루미늄을 포함시켰는데 이는 우리가 아는 p형 반
도체 유형입니다. 그리고 방사선 조사에 의해 전위차가 형성된다고 했는데
모 결정으로부터 전자가 떨어져 나간 결과일 것이라고 추정해 봅니다. 이
렇게 유도된 전압을 따라 (+) 전하 홀(hole)이 이동하며 상당히 큰 부위에
탈색을 일으키는데, 후광의 크기를 홀의 이동 거리와 상관시킬 수 있었습
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방사성 물질에 의해 생기는 후광이 직접적인 알
파 입자 에너지의 작용의 결과가 아니고도 가능하다는 것입니다. 폴로늄의
알파 입자 에너지와 후광의 크기로 원시 암석의 후광이 폴로늄에 의한 것
이라고 단정하는 겐트리의 주장이 신빙성이 없다는 것이기도 합니다.

4. 폴로늄 후광은 무엇에 의해?

1988년 겐트리 시료의 채취 장소를 추적 조사한 웨이크필드(Richard
Wakefield)는 그의 암석 시료가 선캄브리아기의 시생대의 것이 아닌 원생
대의 것이며, 화강암이 아니라 변성암이며, 모든 시료의 채취 장소가 방사
성 우라늄과 토륨이 풍부한 곳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이 발표가 의미하는
바는 겐트리의 암석이 "창세기 암석"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겐트리는 "우라늄과, 폴로늄 방사성 동위원소를 생성하는 붕괴사슬의 핵종
이 없는 가운데"라고 하여 그가 가정한 폴로늄 외에는 후광을 생성할 방사
성 원소가 없었을 것이라고 했으나 다른 해석이 가능한지 설명합니다. 

Po-218만 놓고 보면, 이는 U-238의 붕괴산물입니다. U-238(반감기 4.5 x
10의 9승 년)의 붕괴 사슬 핵종 중에서 알파 입자를 내는 몇 개를 보면
Th-230(반감기 7.5 x 10의 4승 년), Ra-226 (반감기 1.6 x 10의 3승 년),
Rn-222(반감기 3.3일), Po-218 (반감기 3.1분) 등이 있습니다. 최종 방사능
이 없는 Pb-206으로 됩니다.

우라늄과 폴로늄은 암석 광물의 결정 구조 안으로 들어가기는 어렵고 마지
막 단계의 마그마 유동액에서 함께 농축됐을 것이라고 합니다. 다시 말해
서 우라늄과 폴로늄은 항상 함께 할 것인데 겐트리는 우라늄을 검출하지
못했다고 했습니다. 이것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만일 시료에 방사성 탈색이
일어났다면 우라늄 붕괴 시리즈의 다른 동위원소가 들어갔을 가능성을 생
각해야 할 것입니다.

이 경우 가능성이 있는 것이 라듐(Ra)이라고 합니다. 라듐은 마지막 단계
의 마그마 유동액에서 우라늄과는 분리되어 농축된다고 합니다. 이 분리된
것이 암석 안에 남아 시리즈의 붕괴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때 폴로늄도 생
성될 것입니다. 아마도 반감기가 짧은 폴로늄 보다는 라듐 자체가 후광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합니다.

그리고 라듐은 반감기가 1600년이기 때문에 지금은 남아 있지 않을 것입니
다. 다른 방사성 붕괴 산물도 없습니다. 이 가운데 단지 흔적으로 남은 것
이 소위 창조과학의 "폴로늄 후광"일 것이라는 해석은 충분히 과학성이 있
습니다. 지구가 하나님에 의해 즉시 창조됐다는 증거라는 등은 이 후광이
폴로늄에 의한다는 가정 하에 나온 것이며 과학적 증거가 없습니다. 
 
5. 결론

학문의 세계에서는 겐트리의 연구 하나를 완전한 것인 양 말하는 법이 없
습니다. 주변 연구를 전부 파악하여 폴로늄 후광에 대한 종합적인 이해를
갖게 됩니다. 창조과학의 주장에서 항상 학문과의 괴리를 발견합니다. 이들
은 젊은-지구 등을 요지부동의 진리로 세운 다음에 이를 지지할 근거를 찾
습니다. 명목상 근거가 중요하지 그 근거의 과학적 완전성에는 별로 관심
이 없는 듯 합니다.

창조과학 반경에는 이번 연세대 의대 김정훈 교수와 같은 훌륭한 과학 배
경을 가진 사람이 많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폴로늄 후광을 겐트리가 말한
것이 그대로 확증된 것인 양 제시하는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이런 식은 
순수한 영혼의 종교를 억지스러운 가식의 종교로 떨어뜨리는 것밖에 되지
않을 것입니다. (Talk.Origins의 Jim Meritt, Tom Bailleul 의 글을 주로 참
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