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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대체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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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와 과학적 약은 어떻게 다른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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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 kopsa
날짜 : 06-12-14 09:45
조회 : 6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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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초와 과학적 약은 어떻게 다른가?
약초와 과학적 약은 어떻게 다른가? 이런 이야기는 칼럼으로 그리고 책에 많이
썼고, 아래 “천연물 화학, 현대 약 탄생 이야기”는 2006년에 기업체 사보에 실
린 글입니다. 읽기에 편리하게 단락을 나눕니다. 오래 전에 “한약은 필요한가?”
라는 책을 낸 적이 있으나 출판사 문제로(강박사 책임도 있습니다) 책이 제대로
나오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구도로 새로운 내용을 포함시켜 유사한 이름
으로 참.과학에서 책을 낼 계획을 세워놓고 있습니다.
.................
“천연물 화학, 현대 약 탄생 이야기”
”약 전체(기나피)에서 얻은 하나의 성분으로 그 약을 대신한다는데 의문이 생길
지 모른다. 식물의 복합적 작용이 치료효과에 필수적이라면 화학을 의학에서 금
지시킬 필요가 있을 것이다. 어떤 능력 있는 의사가 현명하고 신중하게 기나피
알칼로이드의 치료효과를 연구하여 우리 연구의 의학적 유용성을 발견하기를 희
망한다.” (1820년, 키니네를 분리한 펠르티에와 카방투)
1. 천연물 화학의 출발, 약초 성분의 분리
지금으로부터 200년 전에는 서양에서도 약이라고는 약초 밖에는 없었다. 1800
년대로 들어서며 화학이 현대적 모습을 갖추기 시작했을 때 화학자들의 커다란
관심의 하나는 약초의 약효 성분 분리였다. 이것은 공기를 구성하는 원소를 파
악하여 그 원소의 성질로 공기 현상을 이해하려는 것과 같은 과학적 호기심이었
을 것이다.
1805년 22세의 독일 약사 프리드리히 제르튀르너(1783-1841)가 아편에서 모
르핀을 분리했다. 이것이 최초의 약효 성분 분리이다. 당시 분리법이라고는 증
류와 물과 알코올과 같은 용매로 추출하는 방법뿐이었다. 그는 뜨거운 물로 아
편을 추출하여 추출물을 산성 용액으로 만들었다. 이때 물에 녹지 않는 침전을
여과한 다음에 액을 알칼리성으로 만들어 다시 침전을 얻었고, 그는 이 두 번째
침전만이 잠에 빠지게 했다고 발표했다.
그는 이 물질을 지시약으로도 시험하여 염기성(알칼리성)인 것을 확인했으며 후
에 식물에서 분리한 생리적으로 활성이 있는 염기 성분을 알칼로이드(알칼리와
같은)라고 부르게 됐다. 같은 때 프랑스에서도 유사한 실험으로 침전을 얻은 사
람이 있어 누가 최초의 모르핀 분리자인지 논란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분리
성분을 염기라고 화학적 정체를 분명히 한 제르튀르너가 최초로 인정을 받았다.
1800년대 모르핀을 시작으로 약초에서 많은 약효 성분이 분리되어 원소의 조성
이 파악되고 후에는 구조결정과 합성도 시도됐다. 이렇게 천연물 화학이 시작됐
으며 분리 성분의 약효를 파악하기 위한 약리학이 성립됐고 화학과 약리학을 바
탕으로 한 제약 기업이 탄생했다.
2. 화학, 약리학, 생리학의 협동적 발전
독일의 오스발트 슈미데베르크(1838-1921)는 현대 약리학의 아버지라고 불린
다. 그는 슈트라스부르크 대학의 훌륭한 연구실에서 외국 학생을 포함하여 100
명 이상의 약리학자를 양성하였다. 이들은 화학자들과 연계하여 제약에 기여했
고 2차 대전까지의 독일 제약 기업의 우수성도 이로부터 나왔다는 평가가 있다.
광대버섯은 붉은 색 갓에 흰점이 박힌 커다란 독버섯이다. 슈미데베르크는
1869년 이 버섯에서 무스카린을 분리하여 개구리 심장에 대한 작용을 시험하여
심박동 수가 줄어드는 것을 확인했다. 과량의 광대버섯에 기인한 사망이 심장
정지라는 것을 나타낸다. 또한 그는 무스카린의 작용이 심장에 이르는 미주신경
(부교감신경)을 전기적으로 자극했을 때와 동일한 효과라는 중요한 발견을 했
다.
신경계 작용과 화학물질 간의 연관성을 나타내는 이 발견은 1914년 영국의 헨
리 데일에 의해 밀에 기생하는 곰팡이인 맥각에서 분리한 아세틸콜린에서도 확
인됐다. 그리고 1926년 오스트리아의 오토 뢰비는 부교감신경을 자극할 때 방
출되는 물질이 아세틸콜린임을 확인하여 데일과 뢰비는 이 업적으로 1936년 노
벨 의학상을 받았다. 아세틸콜린과 구조적으로 유사성을 가진 무스카린은 아세
틸콜린이 작용을 나타내기 위해 결합하는 심장 부분(수용체)에 결합하여 효과를
나타낸 것이다.
슈미데베르크의 디기탈리스 연구도 잘 알려져 있다. 1775년 영국의 윌리엄 위
더링(1741-99)은 전신이 붓는 수증(水症)에 특효라는 한 여인의 비방에서 디기
탈리스를 발견하고 10년간을 연구했다. 그는 디기탈리스 잎을 물로 다려 환자에
게 투여하여 병 증상의 회복을 확인했으나 치료 용량과 독성 용량의 근소한 차
이 때문에 환자를 거의 사망에 이르게 하는 일도 생겼다. 그는 잎의 채취 시기와
추출 방법 등 표준화를 위해 노력했으나 한계가 있었다.
그 후 디기탈리스의 경이로운 효과를 본 많은 의사들은 이 약을 온갖 질병에 처
방하였다. 약의 표준화와 남용 문제의 해결에는 약효 성분의 분리와 그 성분의
약리 작용의 파악이 필요하다. 1875년에야 슈미데베르크가 디기탈리스에서 디기
톡신을 순수하게 분리해 내었다. 당시는 에테르나 클로로포름 등 분리에 필요한
용매가 추가됐으나 디기톡신은 알칼로이드가 아니라 당을 함유한 스테로이드(사
포닌)이기 때문에 분리가 어려웠다. 오늘날 인삼 사포닌이나 스테로이드 호르몬
등을 성공적으로 분리하는 크로마토그래피는 1930년대 초보적인 형태로 사용되
기 시작한 것이다.
디기탈리스는 1900년대 초 심장의 전기적 흥분을 기록하는 심전계가 개발되어
심장의 수축과 심박동의 이상을 교정한다는 것을 알게 됐다. 그래서 심장이 정상
화되면 신장의 혈류가 증가, 여과 기능이 회복되어 오줌을 통해 체내에 축적된
수분이 제거된다는 것이다. 이제 의사들은 이 약을 어떤 질병에 처방할지 분명히
알게 되어 남용 문제에서도 떠날 수 있었다.
3. 최초로 분리된 동물 성분 아드레날린
1889년 72세의 프랑스의 저명한 의사 브라운-세퀴아르는 개 고환 추출물을 직
접 주사하여 회춘했다고 발표하여 세상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남성 호르몬은 물
에 녹지 않기 때문에 그의 추출물에는 들어 있지 않았을 것이며 단순한 암시 효
과라는 해석이 타당하다. 여하튼 이 발표는 장기 요법을 유행시켰으며 장기의 성
분을 파악하려는 연구가 시작되었다.
동물 장기의 성분으로, 최초로 슈미데베르크의 제자인 미국의 존 아벨
(1857-1938)에 의해 양 부신에서 아드레날린이 분리됐다. 그는 1897-99년 일
련의 논문을 통해 아드레날린의 분리를 발표하며 분리한 물질이 아직 순수하지
는 못하나 혈압을 높이는 효과가 크다고 분리의 증거를 제시했다. 그런데 이 물
질은 1900년 일본인 조키치 다카미네(1834-1922)가 특허 출원한 부신 물질과
원소의 조성이 달랐고 곧 다카미네가 정확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아드레날린의 최초 분리자를 다카미네라고도 하나, 대체로 아벨이 불
순하나 성분을 분리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부는 다카미네의 부정직성을 비판
하기도 한다. 이것은 아벨이 다카미네가 자신의 실험실을 방문한 적이 있으며 그
에게 실험 방법을 자세히 설명해 주었다는 1927년 글을 보고 하는 말이다. 다카
미네가 아벨의 처리 과정을 일부 바꾸어 순수 분리에 성공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그가 아벨의 실험실을 방문하기 전에 이미 분리의 아이디어를 가졌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당시는 아드레날린 정도 분자의 구조 결정도 쉽지 않았다. 1904년 독일 제약회
사의 프리드리히 슈톨츠는 가능한 구조를 전부 합성하여 약리 작용을 지표로 삼
아 아드레날린에 해당되는 것을 찾아내었다. 이성질체의 문제도 해결하여 이 기
업체는 천연의 것과 동일한 아드레날린을 합성하여 약으로 내 놓았다.
4. 안전성, 효능성이 향상된 약
아드레날린은 인슐린과 반대의 작용을 나타내는 당 대사 호르몬이며 교감신경계
의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아드레날린과 마찬가지 작용도 갖고 있다. 심박동 수와
수축력을 증가시키고 혈관을 수축시킨다. 또한 기관지를 확장시키기 때문에 아드
레날린은 심부전(心不全), 저혈압, 천식 등의 치료에 효과가 있다.
아드레날린이 분리되기 전인 1887년 도쿄대학의 나가이에 의해 마황에서 에페드
린이 분리됐으나 그는 이 물질을 독성이 크다는 정도로 이해했다. 후에 위스콘신
대학에서 수학한 중국인 첸은 다시 에페드린을 분리하여 약리 작용이 아드레날
린과 유사함을 발견하고 임상 시험을 거쳐 1926년 아드레날린과 같은 효과를 가
진 약으로 개발했다.
아드레날린과 에페드린이 모두 심장 촉진과 혈관 수축 작용을 나타내며 또한 기
관지를 확장시키는 메커니즘은 각 조직의 특이한 수용체와의 반응으로 설명한다.
두 약은 정도의 차이는 있으나 입체 구조상 모든 수용체에 결합이 가능하다. 그
러나 이보다 향상된 약, 예컨대 심장이나 혈관에는 영향을 주지 않고 기관지만
확장시키는 부작용이 적은 천식 치료제가 되기 위해서는 기관지의 수용체에만
선택적으로 결합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할 것이다.
또한 심장이나 혈관의 수용체만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구조는 고혈압 치료제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생리 활성 물질의 수용체와의 화학적 결합 양상의 파악이 중
요하다, 이 지식을 통해 특정 수용체 작용을 선택적으로 보강하거나 차단하는 구
조를 설계, 합성하여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부작용이 적고 효능이 큰 많은 약들
이 개발되었다. (강건일/ 前 숙명여대 교수, 과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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